86 멕시코월드컵 아르헨티나전에서의 차범근 ⓒ일간스포츠

대한축구협회 소식지 <월간 축구가족> 2005년 5월호 '공격 X파일 시리즈'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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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범근은 한국 축구가 낳은 불세출의 스타이자 최고의 공격수였다.
그의 A매치 데뷔 무대는 19살이던 1972년 5월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시안컵대회. 차범근은 두번째로 출전했던 크메르(현 캄보디아)전에서 그의 국가대표 첫골을 성공시켰다. 아시안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뒤, 귀국해서는 펠레가 이끄는 브라질 산토스팀 초청 친선경기에서도 골을 넣어 단숨에 한국 축구를 이끌 포워드로 주목을 받았다.

그해 7월 열린 말레이시아 메르데카배대회 결승전에서도 결승골을 넣어 우승에 기여했다. 그는 당시의 기라성 같은 공격수 이회택, 김진국, 박수덕, 박이천 사이에서 뛰면서 데뷔 첫 해에만 A매치에서 7골을 성공시켰다. 그는 20대 초반에 이미 한국 축구의 대들보가 되어 있었다.

“나 말고도 훌륭한 선배님과 후배가 많았어요. 운도 따랐기 때문에 1972년부터 1978년까지 7년 동안 국가대표팀 경기에서 많이 뛸 수 있었죠. 대표팀 경기에서 벤치에 앉아 있었던 적은 두세 번밖에 되지 않을 거예요. 거의 스타팅 멤버였어요. 덕분에 득점 기회도 많았죠.”

차범근은 국가대표팀 경기에서만 세번이나 해트트릭을 기록했는데, 그 극적이고 화려한 골 퍼레이드를 보자.

먼저 1975년 말레이시아 메르데카배대회 한일전에서 통쾌한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당시 일본에는 아시아 최고의 스트라이커로 불리는 가마모토와 모리가 있었다. 3-1 승리는 매우 값진 것이었고, 차범근은 축구 스타에서 일약 영웅으로 한 단계 올라섰다.

1976년 8월 말레이시아 메르데카컵대회 인도와의 경기에서도 해트트릭을 기록해 팀의 8-0 대승을 이끌었다. 다음 달인 9월, 동대문운동장에서 박대통령배 국제대회가 개최됐다. 말레이시아와의 첫 경기, 후반 종료 7분을 남기고 한국은 1-4로 지고 있었다. 한국의 유일한 골은 차범근의 슛이 골대를 맞고 나오자 박상인이 슈팅으로 득점한 것이었다.

패색이 짙었던 바로 그때, 차범근은 도저히 믿기 힘든 세골 연속 득점으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며 한국 축구사의 명장면을 연출한다. 이 활약은 지금도 올드팬들의 가슴속에 짙은 감동과 추억으로 남아 있다. 그는 여세를 몰아 인도, 싱가포르, 브라질 상파울로 선발팀을 상대로 연이어 득점하며 또 한 번 4경기 연속골을 기록했다.

1977년 차범근은 말레이시아 메르데카컵대회 이라크와의 결승전에서 결승골을 넣어 1-0 승리로 우승컵을 안았다. 이때부터 월드컵 예선과 박대통령배 대회까지 A매치 다섯 경기에서 연속으로 골을 넣으며 절정의 감각을 선보였다. 레바논의 레이싱클럽과 잉글랜드의 미들섹스원더러스 경기에서도 득점했는데, A매치는 아니지만 이를 포함하면 국가대표팀 7경기 연속골 기록을 세운 셈이다. (* 공식적인 대표팀 A매치 연속 골 기록은 1993년 하석주가 수립한 6경기 연속골)

차범근은 페널티킥 실축 경험에 따른 공포감으로 실제 경기중에 페널티킥 기회가 와도 자신이 찬적이 거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표팀 A매치 통산 121경기에서 55골로 지금도 깨지지 않는 국내 최다골을 기록했으니 그의 천부적인 득점 능력을 짐작할 수 있다.

팀이 공격하는 순간, 미리 움직여라

과연 그의 골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이건 두리한테만 알려줘야 하는데...(웃음). 하긴 두리도 잘 안되죠. 나는 우리 편이 공격을 시작한다고 느끼는 순간 미리 움직임을 시작했습니다. 패스를 받기 위한 움직임이죠."

"예들 들어 나는 상대편 진영에 있습니다. 우리 팀이 수비를 하다가 공을 빼앗아 공이 탁탁 튈 때 내 움직임은 벌써 시작돼요. 그리고 주시하죠. 내게 패스를 해줄 동료 미드필더, 그리고 그 이전에 그에게 공을 건네줄 수비 선수까지 바라보며 뜁니다."

"공격과 수비가 바뀌면 내 앞에 있던 상대 수비도 나를 잡기 위해 움직이는데 그때 움직이면 이미 늦어요. 그런 플레이는 상대에게 잡힙니다. 미리 움직임을 시작해야죠. 수비가 나를 보고 움직일 때 이미 내 동작은 달라져 있었습니다.”

실제로 상대 수비는 그의 플레이를 따라가기 힘들었다. 수비를 제치고 번개처럼 돌진하며 드리블하는 그를 보고 경마장으로 보내도 좋을 정도라는 우스갯소리가 돌 정도였다. 당시로서는 큰 키(178cm)에 덩치도 좋은 편이어서 주로 오른쪽 사이드 라인을 치고 달리는 그에게 상대 수비는 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신체 조건이 좋고 거친 몸싸움을 하는 선수들이 많은 분데스리가에서도 그의 공격은 통했다. 다름슈타트와 프랑크푸르트, 바이엘 레버쿠젠에서 1978년부터 1989년 은퇴할 때까지 리그 경기에서만 308경기에 뛰었고, 98골을 넣었다.

“나는 전형적인 스트라이커는 아니에요. 윙 포워드라고 하는게 맞겠죠. 유럽엔 나보다 골을 많이 넣는 공격수가 많았죠. 나는 골게터로서 득점을 많이 하기보다 골을 넣을 수 있는 찬스를 많이 만들었어요.”

실제로 그는 중앙보다는 사이드에서 돌파하는 윙 역할을 많이 했다. 당시 사이드 돌파는 주된 공격 활로였고, 그는 골 기록만큼이나 어시스트도 참 많이 했다. 윙을 활용한 한국 대표팀의 공격 방식은 차범근 이후 한국 대표팀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어 이후 변병주, 김석원, 서정원 등으로 이어졌다.

교과서와 같은 슈팅 자세

슛이 빗나가거나 실수를 할 때 심리적으로 위축이 될 텐데 그는 표정의 변화가 거의 없었다. 본인은 스스로 소심한 성격이라고 하지만 표정 관리는 매우 잘되는 편이었다.

언제나 정확한 슈팅을 보여주었고, 골대를 크게 빗나가거나 어이없이 높이 뜨는 슛은 거의 쏘지 않았다. 그가 때리는 슈팅은 묵직한 느낌을 주면서도 강하고 빨랐다. 발등에 정확히 공을 맞춰 쏘는 슈팅 자세는 축구 교본과도 같은 것이어서 당시 스포츠 잡지나 어린이들이 즐겨보는 잡지에 그의 슈팅 순간 모습이 연속 사진으로 실리기도 했다.

이영표처럼 발재간이 좋거나 박주영같이 세밀한 기술은 없었으나 그가 공을 잡으면 축구팬은 안심했고 신이 났다. 다른 선수가 공을 잡으면 뺏기지 않을까 조마조마했지만, 차범근은 볼 간수에 능해 안정된 플레이를 펼쳤다. 청소년 대표시절 헤딩 경합을 하다 코뼈를 크게 다친 이후 한동안 헤딩 슛은 많이 하지 않았으나, 분데리스가 데뷔 골을 헤딩으로 장식할 만큼 이후에는 헤딩 슛에도 일가견을 보였다.

"수비는 90분간 아주 팽팽한 긴장감을 가지고 뛰지요. 거의 빈틈을 보이지 않고 저를 따라 붙습니다. 그러나 90분 어느 순간, 아주 잠깐 동안 느슨해져요. 그 순간의 기회를 잡으면 어떻게든 골로 연결시킵니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죠. 1 대 1 찬스를 만들기도 하고, 바로 골을 넣거나 그렇지 않으면 어시스트를 하고야 맙니다.”

우리는 아직도 그라운드에서 감독으로 활약하는 차범근을 만날 수 있다. 또 6월에 서울 월드컵 경기장내에 개관되는 월드컵 기념관에 축구 명예의 전당이 마련되면, 선수 부문 헌액자로 선정된 그를 만날 수 있다. 차범근은 한국축구와 축구 명예의 전당에서 영원히 기념될 것이다.


* 차범근 국가대표 A매치 기록

총 121경기 55골

1972년 21경기 7득점
1973년 17경기 7득점
1974년 13경기 2득점
1975년 15경기 9득점
1976년 14경기 11득점
1977년 24경기 14득점
1978년 14경기 5득점
1986년 3경기 0득점

* 차범근 서독 분데리스가 기록

총 308경기 98골(리그 경기만)

1978-79년 1경기 0득점
1979-80년 31경기 12득점
1980-81년 27경기 8득점
1981-82년 31경기 11득점
1982-83년 33경기 15득점
1983-84년 34경기 12득점
1984-85년 29경기 10득점
1985-86년 34경기 17득점
1987-88년 25경기 4득점
1988-89년 30경기 3득점

출처 : 대한축구협회 웹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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