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수원에서 코치로 활동하는 이임생 ⓒ한태일
1998년 6월 25일 파리, 프랑스월드컵 E조 마지막 경기에서 우리나라와 벨기에가 맞붙었다. 한국은 앞의 두 경기에서 멕시코와 네덜란드에게 져 2패를 안고 있었다. 16강 진출은 불가능했으나 본선 첫 승의 목표와 전패 수모를 면하기 위해서 우리나라 선수단은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전반 5분 선취골을 허용했다. 2무였던 벨기에는 16강 진출을 위해 수비를 강화했고, 한국은 이 벽을 뚫지 못해 안타깝고도 팽팽한 경기를 해야 했다. 하프타임에 이임생과 고종수가 교체 투입됐다. 후반 22분에 책임감 강한 이임생이 상대를 막다가 머리를 다쳐 피를 흘렸다. 경기장 밖에서 피를 닦고 붕대를 감은 채 다시 뛰어 들어왔다. 이임생의 붕대를 감고 뛴 의지는 모든 선수가 혼신의 힘을 다했던 팀 플레이의 상징이었다.

TV로 중계방송을 지켜보던 축구팬은 투혼에 감동했다. 2패의 아픔도 녹아내렸고, 비록 지더라도 박수를 보내겠다고 마음먹게 됐다. 한국축구의 자존심을 건 투혼이 더욱 발휘됐고, 맹공이 이어졌다. 드디어 4분 뒤 후반 26분 하석주의 프리킥을 유상철이 슬라이딩 오른발 슛으로 연결해 동점골을 터트렸다. 축구팬이라면 그를 떠올리게 하는 추억의 한 자락이다.
프랑스 월드컵 벨기에전에서 붕대투혼을 보여준 이임생 ⓒGettyImages/멀티비츠/스포탈코리아/나비뉴스
골을 넣는 것보다 막는 것이 중요하다

“수비의 임무는 말 그대로 골을 막는 것입니다. 언제인가 저는 공격에 가담해서 골을 넣었습니다. 그러나 경기 결과 팀은 1-2로 역전패했습니다. 골을 넣더라도 자기 위치에서 임무를 충실히 하지 않으면 경기에 질수밖에 없습니다. 골을 넣는 수비수도 좋지만 골을 못 넣어도 자신의 임무를 충실히 하는 수비수가 더 중요합니다. 물론 골도 넣고 수비도 잘하면 일석이조죠.”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하라

이임생은 한국축구의 엘리트 코스를 두루 거친 수비수다. 부평동중, 부평고, 고려대, 부천SK, 부산 아이콘스에서 선수 생활을 했다. 1990년 인도네시아 아시아 U-19선수권에 참가해 일본, 카타르를 이기고 결승에 올라 북한과 승부차기 끝에 우승하는데 기여했다.

1991년에는 남북 단일팀으로 포르투갈에서 열린 U-20 월드컵에 참가해 8강에 올랐을 때 주역이었다. 1992년 국가대표팀에 선발돼 바르셀로나 올림픽대표로 참가했으며, 10월 21일 UAE와 친선경기(서울)를 통해 A매치에 데뷔했다. 그 뒤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1998년 프랑스 월드컵, 2001년 세계올스타경기에 뛰었다. 그는 수비 비결에 대해 단점을 보완하는 것부터 말했다.

“나는 중앙수비수였습니다. 상대팀의 최전방 공격수를 수비하는 것이 임무지요. 아무리 잘해도 한 번의 실패가 실점으로 연결되는 늘 아슬아슬한 자리가 수비수예요. 나는 내 단점을 알고 있었습니다. 상대의 움직임을 미리 파악하여 대처해야 하는데 순발력이 떨어졌어요. 그래서 나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몇 가지 훈련 방법을 원칙으로 삼았습니다.”

1:1, 태클, 헤딩, 패스와 킥, 경기 분석

“첫째, 1vs1 상황에서 상대가 어디로 칠 것인가 예측하는 습관을 길렀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한 번에 속지 않으려고 상대의 드리블 방향을 읽으면서 거리를 좁혀 들어가는 연습을 많이 했습니다. 때론 상대가 공을 좀 길게 치도록 유도해서 태클로 저지하기도 했습니다.”

“둘째, 태클은 100% 확신이 있을 때만 들어갔습니다. 수비는 한 번의 실수에도 골키퍼와 마주치는 기회를 내주게 되죠. 태클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좌·우로 번갈아 가면서 태클 연습을 많이 했습니다. 태클을 할 때 한쪽 발은 길게 뻗어서 공을 캐치하고, 다른 쪽 발은 굽혀서 빨리 일어날 수 있는 훈련을 했습니다. 일반적으로 공을 걷어내는 태클을 많이 하는데, 공을 잡아내는 태클을 하면 빠르게 공격 전환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상대가 밀고 올라온 상황이라면 역습기회도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클은 실패로 끝나면 위험부담이 아주 많습니다.”

“셋째, 헤딩은 공격·수비에게 모두 중요합니다. 공격수가 나보다 더 크다면 똑같이 점프를 해서 승산이 없습니다. 미리 낙하지점을 포착해서 상대보다 미리 떠야 합니다. 그래서 키 큰 선수를 앞에 두고 미리 점프하는 연습과 팬듈볼로 헤딩 연습을 많이 했습니다.”

“넷째, 패스와 킥은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될 때 아주 중요한데 나는 오른발과 왼발 킥 연습을 꾸준히 했습니다. 전방에서 나오는 볼을 원터치로 우리 편에게 보내는 훈련도 많이 했습니다. 전방에서 공이 오기 전에 미리 우리 편 공격수의 위치를 파악해 두었다가 바로 원터치로 공을 주는 것은 공격 작업을 시작하는데 효과적입니다.”

“다섯째, 각 팀마다 공격수의 움직임이 다르니까 경기 전·후 상대 공격수의 장·단점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또한 내 경기내용도 분석해서 다음 경기에 더 좋은 수비를 할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프랑스 월드컵 벨기에전에서 공격수를 막는 이임생 ⓒKFA
공간을 차지하기 위해 공격수와 경쟁하라

“수비는 공격수와는 다르게 화려한 플레이보다 안전하고 간단한 경기 운영을 해야 합니다. 상대의 움직임과 공의 움직임을 동시에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합니다. 공만 보면 사람을 놓치게 되고 사람만 보면 공의 움직임을 놓칠 수 있습니다. 수비에서의 위치선정은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공격수는 골을 넣기 위해서 공간을 만듭니다. 수비는 이 공간을 주지 말아야 합니다. 공간을 주면 수비에 실패할 확률이 아주 높습니다. 실제로 저는 사람이 많은 장소에 있을 때 전체적인 시야를 확보하는데 신경을 썼습니다. 이것은 경기장에 나가 상대와 우리 선수들의 움직임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됐습니다.”

“또한 상대 공격수가 공간을 만들려고 저를 사이드로 유인할 때 공이 그쪽으로 올 수 있는 상황인지 미리 생각하고 공간을 만들어 주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저보다 큰 공격수를 만나 헤딩할 때는 공격수가 점프하려는 순간 등에 미리 올라탔습니다. 상대를 밀면 파울이지만 가슴으로 교묘하게 올라타면 아무리 큰 상대도 점프를 할 수 없습니다.”

그가 실제 경기에서 경험한 효과적인 수비 비결이다.

골 상황에 핸드볼 반칙을 조심하라

끝으로 이임생이 후배에게 꼭 전달하고픈 내용이다.

“경기를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골키퍼가 골대 밖으로 나오고 제가 골문으로 들어간 적이 있었습니다. 상대 공격수가 슈팅을 했는데 내가 점프를 하면서 순간적으로 골을 팔로 막고 말았습니다. 골문으로 들어가는 상황에서 팔이나 손을 쓰면 퇴장을 당합니다. 페널티킥이 선언되고 나는 퇴장을 당했죠. 이기고 있다가 수적으로 열세라 상황이 역전되어 지고 말았습니다. 끝나고 나서 후회를 많이 했어요. 어떠한 경우라도 골이 들어가는 상황에서 팔이나 손으로 막으면 안 됩니다.”

(이임생: 1971년 출생. 1990~1991년 청소년대표, 1992~2002년 국가대표 선수. A매치 25경기. 1994~2003년 K리그 229경기 11골 5도움. 현 수원삼성 코치.)


글=손성삼(KFA 기획실 과장)
출처 : 대한축구협회 웹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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