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K-리그를 주름잡던 수비수 이영상 ⓒ포항 스틸러스
“수비는 지키는 사람, 기다리면 이긴다.”

1990년대에 10년간 K리그에서 활약한 중앙 수비수 이영상. 일반인에게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포항의 축구팬이라면 모를 리 없는 수비수다. 1순위로 프로 입단하여 국내 프로 무대에서 꾸준히 경기를 소화한 그의 수비 비결을 소개한다.

시련을 이겨내라, 자신감 끌어올릴 기회 된다.

1989년, 한양대 4학년이던 이영상은 국가대표팀에 선발됐다. 당시에 대학생으로서 대표팀에 선발된 선수는 황선홍, 홍명보와 이영상 세 명뿐이었다. 그는 이듬해 1990년 포항제철(현 포항)에 1순위로 입단했다.

이때까지 자신감 넘쳤던 그였지만 프로 첫 해에는 축구를 그만둘 정도로 갈등이 심했다.
첫 해에 18경기 출전, 그 중에 11경기가 교체 투입이었고 7경기만 선발로 출전했다. 1991년에는 더욱 심해져서 겨우 4경기 밖에 뛰지 못했다. 그는 팀이 1992년에 한국프로축구대회에 우승하면서 함께 자신감을 회복했다. 3년차였던 1992년에는 27경기에 출전했고, 1999년까지 해마다 20경기 이상 뛰었다.

결혼을 하면서 더욱 안정을 찾아 1995년 프로축구 후기리그 우승에 기여하고 기량도 더욱 성장했다.

“결혼을 빨리 할 걸 그랬어요. 생활이 안정되니까 훨씬 도움이 되더라고요. 진정으로 축구에 눈을 떴다는 생각도 그때 들었습니다.”

1996년 제1회 FA컵 우승, 1997년 아시아클럽선수권 우승, 1998년 국내최초 프로팀 통산 200승 달성과 아시아클럽선수권 2연패를 맛볼 때까지 팀과 함께 승승장구할 수 있었다.

이영상은 청운중학교 2학년까지 윙으로 뛰었다. 키가 작은 편이었으나 스피드가 빨라서 주어진 자리였다. 그러나 불운하게 축구부가 해체되어 3학년 한 해 동안 축구를 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않고 축구특기생 아닌 일반 학생으로 시험을 치르고 축구 명문 한양공고에 입학했다. 1학년 한 해 동안 한양공고 축구부 3부중 2부팀에서 수비수로 활동하다가 1학년 말에 발탁되어 2학년부터 1부팀에서 주전으로 활약하였다.

지키고 기다리라, 수비는 공격을 이길 수 있다.

“기다리는 수비가 결국 이깁니다. 수비는 어차피 지키는 사람 아닙니까. 자리도 지켜야 하고, 골문까지 가지 못하도록 상대와 공도 지켜야 하죠. 지키기만 잘해도 이길 수 있습니다. 상대를 제어하고 있으면 수비에게 반드시 기회가 옵니다.”

부주의하고 조급한 수비수에게 충고를 한다. 공을 뺏으려고 덤벼들지 말라! 속단하지 않고 기다리면 기회가 온다는 것이다. 상대가 드리블을 길게 한다거나 볼을 다루면서 실수하는 순간이 오는데 이 빈틈을 놓치지 않도록 수비수가 자세를 갖추고 맞서야 한다.

“수비는 평소에 스텝 훈련을 해둘 필요가 있어요. 저는 길을 걷다가 돌이나 나무를 지날 때에도 마치 콘을 놓고 훈련하는 것처럼 스텝을 밟고, 잔발 연습을 했습니다.”

그는 내리막길에서 뛰어 내려가는 훈련도 했다고 한다. 빨리 올라가기는 쉬워도 빨리 내려가기는 어려운 법이다. 내리막길에서는 누구나 저절로 잰걸음이 된다. 이 내리막길을 잰걸음으로 재빨리 뛰어 내려간다고 상상해 보라. 얼마나 빨리 발을 떼야 할까. “수비에게 강조되는 잔발 연습에 매우 효과적인 훈련입니다.”

상대와 1vs1로 맞서는 상황이 수비의 가장 일반적인 경우다. 1vs1에서 절대 뚫리지 않는 그의 비결이다.

“공만 쳐다봅니다. 상대는 나무라고 생각하고 속임수를 위한 어떤 동작에도 흔들리지 말아야 합니다. 계속 기다려야죠. 저는 상대 공격수를 나무토막이라고 여겼어요. 그랬더니 1vs1에서 강해지더라고요. 자세를 낮추고 중심을 뒤에 두면 뒤로 돌아서 뛸 준비도 언제든지 가능하죠. 수비는 뒤돌아 뛰는 움직임이 중요한데 돌아서는 연습은 따로 해야 돼요. 저는 좌우로 원 스텝, 투 스텝을 연습했어요.”
1996년 당시의 이영상 ⓒ포항 스틸러스
넘어져라, 태클 요령 저절로 생긴다.

“운동장에서 많이 넘어져 봐야 태클의 요령을 터득할 수 있습니다. 요즘은 좋은 환경이 갖춰졌으니까 옛날처럼 맨 땅에서 살갗이 모두 벗겨지도록 넘어지는 아픔을 겪지 않아도 되죠. 아무리 가르쳐주고 싶어도 태클은 직접 넘어져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인사이드 태클이든 아웃사이드 태클이든 저절로 늘게 돼 있어요.”

“태클의 타이밍도 중요합니다. 상대가 전력질주할 때는 태클이 소용없어요. 경합 때 태클을 걸어야 합니다. 또, 볼이 상대에게 붙을 때 태클하면 실패 확률이 높아요. 상대가 볼을 툭 칠 때 그 1m 앞쪽을 향해 태클하면 성공 확률이 높습니다.”

수비수가 놓치기 쉬운 것이라며 그가 후배에게 당부한 것이 있다.
“우리 팀이 공격을 할 때도 수비의 위치 선정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상대 진영에서 이뤄지는 우리 공격을 그저 구경하다가 기습으로 한 번에 뚫려서 골을 허용할 수도 있거든요.” 공격 쪽으로 다가오는 상대 움직임을 잘 관찰하고 자리를 잡고 있어야 기습 공격을 해와도 한 번에 뚫리지 않는다는 말이다.

말을 많이 하라, 나는 강해지고 상대는 약해진다.

그는 수비수에게 가장 필요한 것으로 자신감을 꼽았다. 수비수는 상대 공격수보다 강하다는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이를 위해 자신이 경험하여 얻은 효과적인 방법을 소개했다.

“내가 말을 하면 상대는 위축되는 것을 느꼈어요. 그리고 이상하게 나는 더욱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수비수는 말을 많이 하면 할수록 유리합니다. 자신감을 얻어서 수비수가 경기를 조절하고 이끌어 갈 수 있게 되죠.”

“저는 상대에게 지친 모습을 보인 적이 없습니다.”
그는 실제로 힘들면 상대가 멀리 있을 때 거친 숨을 몰아쉬고, 심호흡으로 호흡을 가다듬었다고 한다. 상대가 다가오면 표정도 바꾸어서 힘든 내색을 비치지 않았다.

상대를 잘 알아야 자신감도 생기기 마련이다. 이를 위해 그는 상대 파악에 대해 강조했다. 경기가 시작되고 10분이 지나면 수비수는 공격수의 특성을 간파해야 한다. 몸싸움이 약한 상대라면 경합 때마다 거칠게 부딪혀서 공격 기회를 빼앗을 수 있다. 스피드가 빠르다거나 느리다거나 상대를 알면 맞춤 플레이를 할 수 있다.

(이영상 : 1967년 출생. 1989~1996년 국가대표 선수. A매치 17경기. 1990~1999년 K리그 236경기 6득점 1도움. 현 순천고등학교 축구감독.)


글=손성삼(KFA 기획실 과장)
출처 : 대한축구협회 웹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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